해피할로윈 ~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린이집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한국안의 작은 미국인 부대안에서도 코스튬을 하고 즐겼다. 우리가족만큼 할로윈코스튬을 뽕뽑아 입는 가족은 드물거다.ㅋㅋㅋ
9월에 아이들을 먼저 독일로 보내면서 찾아본 자료에 보니 학교들마다 할로윈 축제를 꽤 크게 하는것 같았다.
당시 나는 당연히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할때 코스튬이 꼭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옷을 꾸역꾸역 캐리어에 넣어서 보냈다.
이렇게 잠정 홈스쿨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허허허허...
10월의 마지막날. 짜증만땅내는 첫째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 수학공부만 마치고
조금이라도 움직이자 싶어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남편이 오늘은 재택근무에다가 화상회의가 있어서 시끄러울까봐도 있었고...
회의를 마친 남편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얼른 집으로 오란다.
왜?? 하고 물으니까 지금 동네 애들이 사탕받으려고 4번이나 방문을 했다고.
아~~ 여기는 돌아다녀야 하는구만!?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히고 어둑해지고나서 길을 나서는데
이 동네에 얘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ㅎㅎㅎ
온 동네 아이들을 만나다!!!
할로윈 축제를 학교에서 하겠거니 했었는데 온 동네 애들이 문을 두드리거나 벨을 누르며 사탕을 얻어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이같이 어린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다니고 있었고, 조금 큰 아이들은 무리지어 친구들끼리 다니고 있더라.
하지만 둘째 제이든은 정말 이 축제를 온전히 자기의 축제로 즐겼다.
해피할로윈~ 할로~ 당케쉐~ 땡큐~ 유어웰컴(엥?)~감사합니다!
지가 할 수 있는 모든 언어를 하면서 집집마다 다녔다.ㅋ
여긴 부모가 막 사진을 찍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아이들 진짜 많고 시끌벅적했는데 우리 아이들만 몰래몰래 찍느라 여간 눈치가 보이는게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카메라에 담았다.
심플하게 가렌드, 할로윈 호박 정도만 한 집이 있는가 하면 문을 열었더니 좀비 집주인들이 튀어나오기도 했고, 차고지를 열어서 연막효과를 해선 안에까지 들어가는 모험을 감수해야만 사탕을 주는 낫들고 서있는 저승사자 주인도 있었다. 조커 아저씨도 있었고, KFC 할아버지, 마녀, 미라 다양한 캐릭터로 아이를 맞이하였다.
독일이 오래된 집들도 많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획일화되지 않고, 하우스 모양도 각각 독특한데다가 독일의 아파트 보눙도 층이 얼마 안되어서 아이들이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러도 될만큼 굉장히 가까이서 할로윈을 즐겼다.
동네에서 열리는 모든 이들을 위한 축제였다.
한국이었다면 학교, 학원, 어린이집 등 특정 한 장소에서 같은 소속을 가진 아이들끼리만의 닫힌 축제였다면 여기는 모든 아이들이 온 동네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누가 누군지도 모르면서도 서로서로 까르르 웃고, trick or treat을 하다보니 한집앞에 얼떨결에 같이 합류해서 친구들인양 나란히 줄서서 바구니를 내미는 귀여운 모습도 보였다. 처음으로 아, 독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좀 놀라웠던건 제이든의 반응이었는데 어느 집 앞이건 당당하게 바구니를 내밀며 "해피 할로윈~"을 외쳐댔고 특히, 코어힘이 약해서 늘 흐느적 흐느적거리면서 다니는 아이이기에 10분 이상 걸으면 "안아줘"를 연발하던 아이인데 오늘은 장장 2시간을 쉬지않고 걸어다녔다. 한국인처럼 보이면 끝인사로는 "감사합니다"를 날리기도 했다.
사탕을 자꾸 한움큼씩 쥐고 가려고 해서 나랑 남편이 말릴 정도였다. ㅋㅋㅋ
이게 진짜 축제지!
억지로 날짜를 끼워맞추고, 큰 돈을 들여서 여러가지 볼거리를 만들고, 푸드트럭같은 먹거리를 만들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축제, 그리고 그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 죄표를 찍고 운전을 해서 가고, 축제에 가서 얼마를 쓸건지 고심하던 모습보다는 누구나 축제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누구나 참여자가 되어서 즐길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축제지!!!
사탕을 펼쳐놓고 포장이 오픈된 채로 받았던 젤리와 사탕, 포장상태가 이상한 사탕들은 따로 모아서 버렸다.
왜냐???
혹시나.. 불특정 다수를 노린 마약캔디 같은 이상한 게 있을까 싶어서...
한국은 비교적 안전해서 사탕검수(?) 안했는데 미국은 그런 일이 왕왕 생기기 때문에 무조건 할로윈때 가져온 사탕을 먼저 먹이지 않고 이렇게 구분해 왔었다고 한다.
뭔가 씁쓸하긴 한데, 서울에서 이상한 약 탄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사건도 있긴 했었으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이날 제이든은 밥공기 다섯 그릇을 먹고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알렉산더도 고기와 밥을 남김없이 많~이 먹고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그래. 너희만 행복하면 된다... ^^
내년에는 집에 데코레이션 좀 힘줘서 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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