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든이 갑작스럽게 중환자실로 가면서 시계가 멈춰버렸었다.
남편은 펠로우쌤에게 왜 내 아이에게 무리하게 재우는 약을 썼냐고 화를 냈고 결국 난 폭발해버렸다.
아팠을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게 가족이 아니었던가???
내가 임신 16주때 맥도널드 수술을 다시 하고 집중치료실에서 기약없이 누워있을 때 남편은 없었다...
남편은 동두천에서 일을 할 때였고... 주말에 면회를 왔는데 "여기 냄새가 너무 안좋다."며...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쉬어야겠다"며... 두어시간조차 있어주지를 못했다.
CCU의 산모들은 침상에서 누워서 대소변을 처리해야 할만큼 절대안정을 해야 하는 상태...
당연히 씻는건 잘 못한다.
나 역시도 꼬질꼬질 샤워도 못한지 오래였고, 옆에 다른 산모들은 간병인이 옆에 붙어있었지만
나는 혼자였다. 그래도... 이해했다... 미국과 한국의 병원생활은 다를테니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랬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돈을 아끼고 싶었다...
그때부터였나... 결혼에 대해 회의감이 든거...
제이든이 아플때에도 남편은 곁에 없었다.
119에 실려갈때에도,, 경기하는 제이든을 카시트에 태우고 울면서 운전대를 잡고 순천향병원까지 달려갔을 때에도...
아이가 지속적인 경기를 하는 도중에 입원생활동안 남편은 단 하루도 온전한 하루를 제이든과 있어주질 않았다.
제이든이 언제 경련할지 몰라서 휴가까지 낸 동생과 제부가 함께 불침번을 서면서까지 제이든 곁에 있었는데...
정작 제이든의 아빠는 곁에 없었다...
생각해본다...
주말 하루이틀정도는 제이든 옆에서 있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잠깐잠깐 면회말고....
순천향 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급하게 이송되던 날에도...
남편은 없었다.
시어머니가 함께 하긴 했었지... 그래서 미국인 시어머니까지 챙기느라 겁나 힘들었지 ..ㅋ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남편과 시댁...
제이든이 상태가 안좋았을 때 이미 장애를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생후 7개월 아이를 데리고 재활치료하러 다니겠다고 전전긍긍했을 때 남편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했다.
생후 12개월이후 퇴행이 나타날 즈음... 남편은 재수없는 소리 하지말라고 했다.
생후 18개월 ... 본격적으로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돈낭비한다고 어찌나 화를 내던지..
"너는 아이 엄마가 어떻게 지 아이한테 자폐라는 말을 쓸 수 있냐"며...
남편과 시어머니는 내가 마치 아이를 아프게 하고 유명세를 얻으려는 범죄인 취급을 했다.
(미국에 실존인물이 있었던것 같던데 기억이 잘 안남. )
내가 아이의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을 할때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무식한 엄마로 치부...
세상 어느 엄마가 자기 아이가 장애를 갖기를 바랄까...
16번 염색체 미세결실 증후군
조절되지 않는 경련
심실중격결손
두개골 조기유합증후군
아놀드키아리 증후군
자폐
지적장애
16번 염색체 미세결실증후군 환아중에 10명중 1~2명은 예후가 좋지 않다고 했다...
그 1~2명에 해당하는 아이가 ... 제이든이었다.
텍사스에 유명한 아동병원에서도 제이든의 진단명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멍청한(?) 의사들보다 내가 더 내 아들을 잘 안다"며 멍멍소리 시전...
제이든이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원한 이후로 2주뒤 외래방문 딱 한번 .... 남편이 함께 외래를 가주었다.
그리고는 단 한번도 병원에 같이 가주지 않았다. 최근 뇌척수액 검사대 두번째로 같이 병원에 가줌..
센터 치료는 말할 것도 없고...
독일로 가면.... 상황이... 좋아...질까....
요즘 생각이 제일 많은 것 중에 하나가 이거다. 사람은 안바뀐다는데... 독일로 간들...
내 남편과 시어머니는 바귀지 않을껀데..
그렇다면 나는 독일에서도 여기에서처럼 외롭게 지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치료도 나혼자, 센터에서 재활도 나혼자, 제이든이 다닐 기관 준비도 나혼자...
괜찮을까... 나...
정말 제이든이랑 독일로 가도 괜찮을까...
나도 내 가정이 단단해 졌음 좋겠다...
많은 환아 가족들이 아이가 아프면서 부부사이에 금이 가고 급기야 이혼까지 하는 모습도 많이 봐왔다.
나 역시도 이혼전문변호사에게 상담을 할만큼 간절했던 적도 있었고...
어디를 가든... 나도 가족이란 단단한 울타리 안에 있고 싶은데
나는 몇년째 망망대해바다를 혼자서 노를 저어서 헤메고 있는 느낌이다.
좀만 강해지자.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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