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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아들과 엄마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경련 : 뇌전증중첩증에 대해...

제이든이 생과 사를 넘나들게 했던 건 경련이었다. 흔히 "경기"라고 말하는 "seizure"...
경련에는 열성경련과 비열성경련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아기들이 겪게되는 경련은 "열성경련"이다. 아기가 고열에 시달리다가 파르르 떨면서 경기를 하는 경우가 "열성경련"이다. 대개의 경련은 전신발작이든 소발작이든 지속시간은 짧다. 그래서 열성경련을 가진 아기들은 고열이 날때 열을 빨리 떨어뜨려야 한다.  
제이든은 "비열성경련"이었다. 언제 경련을 하는지 예측할 수 없었고 전조증상도 없었다. 
처음 119에 실려갔던 날.. 그날은 평범하게 제이든을 목욕시키고 큰애 목욕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였다.
시어머니가 내 이름을 급하게 불러 나가니 제이든이 전신발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었다. 대부분의 경기를 하는 아이 엄마들 경험을 빌리자면 "119에 전화하려니 경련이 멈추었다"는 경우가 많은데 제이든은 119에 통화를 하는 중에도 경련이 멈추지 않았었다. 
 

잡히지 않는 경기(seizure)는 진화한다. worse and worse

경련을 빠르게 잡아야 하는 이유!! 경련을 초기에 잡지 않으면 경련은 빠르게 나쁜쪽으로 진화한다
제이든도 처음에 며칠에 한번 10초 이내였던 경련이 하루에 서너차례로 바뀌었다. 

제일 또랑또랑했던 모습.. 이 사진 외에는 시선맞춤이 잘되지 않았고 표정이 거의 없었다.

경련을 하고 나면 무호흡이 계속 왔던 제이든은 입원기간 내내 팔다리 강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다리는 조금만 힘을 줘도 파르르 떨리는 tremor도 같이 있었다. 그러다가 전신발작을 하고 나면 축 늘어져 있고를 반복... 그래서 그런지 교수님께서 제이든은 어쩌면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던것 같다.  
 

멈추지 않는 경련 : 뇌전증중첩증이 오다... 

뇌전증중첩증  [뇌전증지속상태]
- 30분 이상의 지속적인 뇌전증 발작이나 발작간의 의식의 회복 없이 반복되는 발작.
  전체 뇌전증 발생의 7% 정도. 전신발작뇌전증지속상태는 사망률이 20%정도에 이르는 응급상황이다.
- 치료는 일반적으로 기도확보, 호흡 및 순환 유지, 정맥주사를 확보하여 항간질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전신성,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데 고체온증, 저산소증, 젖산증, 저혈당증, 저혈압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영구뇌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날은 산소포화도수치도 겨우 90%를 넘어가고 있어서 금식중이었고, 하루에도 서너번씩 하는 피검사에 간호사쌤이 더이상 채혈을 할 수가 없어서 레지던트 3년차, 4년차 선생님이 오셔서 동맥혈로 채혈을 했었다.
목사님께서 오셔서 유아세례를 침상에서 받았다. 이날은 피수치도 급격히 떨어져서 수혈을 받았다.
경련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주치의인 1년차 레지던트쌤이 미다졸람으로 아이를 재워보는건 어떻겠냐고 했다.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계속적인 경련으로 뇌손상을 입는 것보다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CCU에서 미다졸람을 달았고, 병실밖 복도에는 응급카트(소생카트)가 준비되었다.
제이든은 병동에서 2시간이 넘게 경련을 했다. (전신발작에서 손발 까딱까딱하는 소발작으로 바뀌긴 했지만..)
 
"제이든, 여기서 뭐해~ 엄마랑 얼른 집에 가야지.. 
형아랑 집에가서 공차기도 하고 칼싸움도 해야지... 
아가야... 집에 가자, 응? 얼른 기운차리고.. 응?"  
 
그당시 이 말을 왜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ㅎ 집으로 못돌아갈 것 같단 느낌에 그랬던 것 같다.
친정엄마가 사촌오빠가 사고로 갑작스레 죽었던 날처럼 내앞에서 우는 것도  봤다.
병실에 레지던트 1,3,4년차 쌤, 펠로우쌤까지 있었다.
산소포화도가 90%를 넘기지 못했다. HR가 180회를 넘어서는 시점에... 중환자실로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심정지 올것 같다고... 혈압이 안 재어졌던것 같다.
정말 순식간에 .. 레지던트 쌤이 침대에 올라타서 Ambu-bagging을 하면서 침대채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로 옮겨지다...

나는 정말 멍...하게 중환자실 앞에서 두시간 넘게 대기했다. 
제몸보다 몇배는 더 큰 인공호흡기를 달고 축 늘어진 몸에 주사기펌프가 6개가 걸려있었고, ...
그게 왜이렇게 낯설었던지...
제이든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펠로우 쌤이... 제이든 기도삽관이 잘 안되었었다고 한다.... 
순간... `아... 제이든 뇌손상은 불가피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미다졸람 최대용량, 항경련제 페노바비탈이랑 오르필을 달았고,  혈압 유지가 되지 않아 도부타민과 도파민을 같이
달고 있는데 그 어느것 하나 끊지 못한다고 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까 제이든 수축기 혈압이 이틀동안 60mmHg를 못 넘겼더라.. 진짜 상태 안좋았었구나..
그때 간호사쌤이 얘기했었다. 병원에서 연락받으면 얼마만에 올 수 있냐고...
내가 훗날 중환자실로 입사를 하고 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제이든이 진짜 죽음 앞까지 갔다왔었구나...
 

나는 지금도 그때의 공기, 냄새, 분위기가 또렷히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