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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아들과 엄마

장애전담어린이집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의 둘째 아들.. 제이든은 장애전담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애전담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된 때가 제이든이 5살이 되던해였다. 나 역시도 잘 몰랐고, 오해도 많았던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대한 짤막한 생각을 얘기해 볼까 한다.
 

장애등록을 해야만 갈 수 있다?!? 

결론은 No no no ! 
발달지연 소견이 있는 아이라면 의사의 소견 및 진단서로도 입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이든 경우에도 의사의 소견서와 검사결과지를 가지고 입소신청을 했다. 입소후에 제이든은 장애등록을 했다.
"지금은 느린아이라서 여기 왔지만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이면,, 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여느 아이들처럼 좋아지지 않을까???" 라고  대부분의 부모들의 마음은 이렇지 않을까???
아동의 장애진단일 경우 장애판정을 받더라도 재판정 기간이 2~3년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말인즉슨, 아이의 장애가 좋아질 확률이 높다는 말이지 않을까? 장애전담어린이집은 장애아이들을 정상아로부터 따로 분리해서 양육을 하는게 아니라 조기에 개입하고, 치료하여서 궁극적으로는 아이가 사회로 나아가 성장할 수 있음에 목적을 둔다. 그래서 장애판정을 받지 않은 느린친구들도 많았다. 다만 장애판정을 받지 않았던 친구들은 매년마다 발달지연이 있음을 나타내는 서류를 내야 한다.(=병원에서 발달검사를 매년마다 해야한다.)
 

장애전담어린이집에 가면 퇴행한다?!?!

오, 노노노!!! 
내가 제일 상처받았던 어린이집 에피소드중에 하나는 제이든의 머리 박는 행동을 다른 친구들이 따라한다며 부모님들이 항의했다는 일이었다. 이해가 되는듯 싶으면서도 괜시리 서러웠었다. 여기는 다 느린아이들 천지니까 더 상태가 안좋은 아이들 행동을 모방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도 꽤 있다고 들었지만
내가 경험한 바,,, 그런 일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 선생님들은 스패셜 팀이다. 한 반에 특수교사+ 보육교사 + 치료사가 한팀이 되어 아이들을 돌본다. 재활과 치료가 함께 일어난다. 일종의 작은 병원처럼... 문제행동은 방치되지 않고 함께 풀어야 할 하나의 목표가 된다. 그래서 제이든도 다른 어린이집에서 일으켰던 문제 행동들이 여기서는 오히려 개선되었었다.
제이든이 처음 장애전답어린이집에 입소할때의 언어수준은 생후10개월이었다. ㅠㅠ... 옹알이도 하지 않는 조용한 아이.
지금 제이든은?! 말을 시작했다. (발화함.) 언어수준 24개월은 넘어보임. 그 와중에 이중언어로 발화함. 지능은 2세수준즘 되어보일 정도로 인지도 많이 올라왔다. 나는 평생 제이든에게서 엄마라는 단어를 못 듣고 살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를 부르기도 하고 팔을 번쩍 들어서 "안아줘! 허그허그!"라고 자발적으로 말도 한다.   
 

장애전담어린이집 아이들은 안에서만 생활한다?!

아니! 아니!! 그렇지 않다. ^^
내가 여기서 제일 감동을 받았던 것 중에 하나.. 느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외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어린이집보다 더 많이 활동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이든은 기저귀를 못 떼서 일주일에 한번 숲체험을 하러 갔었지만, 기저귀를 뗀 친구들은 주 5일을 숲으로 나가 놀았다.
사회적응훈련의 일환으로 한달에 몇번씩 도서관도 가고, 마트에 가서 물건도 사고, 식당에 가서 돈까스를 먹고 오기도 했다. 여름에는 물놀이도 마음껏 가고, 겨울에는 눈썰매장도 가고, 연말에는 여느 아이들처럼 재롱잔치도 하고, 에버랜드도 놀러가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까지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한다. 그래서 바깥활동을 하면 원래의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선생님들까지 .. 거의 1:1케어로 바깥활동을 했었다.
눈치보지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에 너무 감사하다. 

아산도고스파비스에 간 날. 선생님과 함께 물놀이중
이렇게 혼자서 썰매를 탈 줄 아는 아이인줄 몰랐다. 너무 해맑아보이는 제이든 ^^
연말에 에버랜드도 다녀왔다. ^^
사회적응훈련시간! 레스토랑에서 음식먹기! 제이든의 특기! 먹방^^

 
연말에 재롱잔치는 남의 아이나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한명한명 뒤에서 함께 율동을 하며 재롱잔치를 했었다. 내가 제이든의 재롱잔치를 보다니...!!! 그때 그 감격은 감히 표현을 못하겠다...

내 아이가 이렇게 해맑게 부모님앞에서 웃으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여느 건강한 아이와 다름없이..

 

장애전담어린이집은 학대가 많이 발생한다?!?!

전혀! 네버! 아니다!!  사실 학대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일어난다.
대부분의 장애전담어린이집은 여러 기관에서 감사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장애전담기관에서 학대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혹시 내 아이의 어린이집도?! 라고 생각은 들 수 있겠지만,
섣부른 편견과 오해는 안하길.. (물론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하는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좀더 많아졌음 좋겠다.. 느린아이를 위한 어린이집이....

장애전담어린이집에 입소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느린아이 수에 비해 장애전담어린이집 수가 너무 적다. 나는 맞벌이 + 다문화가정이었기에 금방 우선순위가 되었었지만 그러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았다. 입소당시 제이든반에 대기자는 38명이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독일 출국날짜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퇴소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매주 원감선생님이 제이든 언제 출국하냐고 물어보신다. 왜냐하면... 제이든이 퇴소를 해야만 한 아이가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는데 들어올 그 아이도 서류준비(발달검사+의사소견서)를 해야 하는데 이게 하루만에 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든이 여기에 온건 행운이었다. 이 행운이 좀더 많은 느린아이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