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명도 나오지 않고, 경련은 잡히지 않고 ... 답답했던 병동생활이었다. 첫째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제 갓 걸음마 시작해서 아장아장 예쁠텐데.. 엄마랑 또 헤어져서 힘들지는 않을까...
제이든의 이름은 "백주임子"였다. 여지껏 입퇴원을 반복하느라 출생신고를 못하고 한달이 넘어갔다.
한달이 지날무렵 아이에게 출생신고를 해줘야 한다고 간호사쌤이 얘기를 했다. 챠트번호도 제대로 부여해야 하고.
신생아중환아 부모들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 : 출생신고 & 이름짓기
제이든 같은경우는 그래도 집에 와서 며칠이라도 엄마품에 있었고, 입원하면서도 엄마가 옆에 있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아기가 아픈 경우는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신생아중환자실로 가는 경우가 많다.
미신이기는 하나 신생아환아가 동생인 경우 큰아이의 "돌"같은 큰 생일잔치는 조촐히 넘어가야한다고 해서 큰아이 돌도 집에서 조촐하게(?) 치루었었다.
그리고.... 엄마아빠들이 아픈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살아주길 바라며 출생신고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사주를 보는 작명소에 가서 명줄이 긴 이름을 사오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이름이 중요하다.
언제까지 아기로 불리울 수는 없으니... 이름을 지었는데.. 내 아이는 아빠성만 해도 네글자다. ㅋ
한국과 미국은 이름을 나열하는 순서도 다르다.
외국인 이름 :이름 + 미들네임 + 성
한국인 이름 : 성 + 이름 (+미들네임)
그리하여 제이든의 이름은 한국식으로 "스타그너 제이든 코빈 현"
미들네임에는 "현"이라는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굳이! 굳이!! 굳이!!! 자기 미들네임을 아이에게 넣어주고 싶닥 해서 미들네임이 코빈 현이 되어버렸다. 무려 10글자다.
한국은 최대 7글자까지는 주민센터에 가서 간략히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제이든은 무려 10글자.... 그러면 이중국적자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냐..
이중국적을 가진 "미국-한국" 아이일 경우 정상적인 경로는 이렇다.
미국대사관에 가서 출생신고 (주민등록부여와는 별개다) → 미국 여권, 출생증명서 발행 → 여권을 가지고 주민센터에 간다 → 여권에 기재된 이름그대로를 출생신고 한다.
미국의 소셜넘버(주민등록번호)는 미국령이 있는 다른 곳에서 부여받아야 한다.
;why? 소셜넘버는 사회보장국에서 한다. 한국의 미국대사관에는 사회보장국이 없다. 뭐이래 복잡해?!?!
내 아이는 미국대사관에 가지 못한다 ?!... 그래도 방법은 있다...
복수국적자 아이들 중 엄마가 한국인인 경우 한국에선 다른 이름을 지어도 상관은 없다. 내 주변에 아이들 중에도 한국이름/ 미국이름이 전혀 다른 아이들이 있었다. 완전 한국식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그런 경우도 있었고, 행정절차가 복잡하니 간단하게 출생신고를 하고자 했던 경우도 있었다. 나는 제이든에게 온전한 하나의 이름을 주고 싶었다.
주민센터에 갔다. 역시나 대답은 7글자가 넘어서 "안.된.다."였다.
갑자기 복받혀서 "지금 내 아이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다, 당분간 미국대사관에 갈 수가 없다. 어쩌면 병원에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출생신고를 해야지 사망신고도 할 수 있지 않겠나... 나는 내 아이에게 대충 지은 이름을 주고 싶지 않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기했던 기억이 난다.
얘기를 들었던 직원분께서 잠시 생각하시더니 감사하게도 아이의 이름 10글자 그대로 출생신고에 넣어주셨다.
나중에 한참이 지나서 등본을 떼어보니 세부등록을 떼야지만 우리 아이 이름이 있었다. 일반등본에는나오지 않았던 걸로 보아 이 부분은 당시 직원분의 재량으로 했던것 같다.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미국대사관을 다녀오고 출생증명서와 여권을 발급받고 다시 주민센터에서 수정을 해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아이가 이제 정식으로 이름을 쓰게 된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름을 가진다는게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우리 둘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병상에서 받은 유아세례 : 하나님께 출생신고함.
아이가.. 어쩌면 ... 병원문턱을 못 넘을것 같다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당시 교회에서 유아세례신청을 받고 있었는데 제이든이 병상에 있어서 교회에 데려갈 수가 없었다. 죽기전에... 세례는 받아야할 것만 같았다. 내가 크리스챤인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했다. 담당목사님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제이든은 전례없이 병원침상에서 유아세례를 받은 첫 케이스가 되었다. 내가 했던 일 중에 제일 잘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세례를 받고 제이든은 3시간뒤에 급하게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하나님께 제이든 출생신고 했으니 하나님께서 책임져주시리라 하는 생각이 큰 위로가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제이든 이름의 뜻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자" 이다.
진짜 우리 제이든이 하나님 음성을 직접 들으러 하늘나라로 갈까봐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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