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독일로 오면서 아이들의 학교가 어그러지면서 다시 한국으로 가겠다고 찡찡(?)대던 때가 엊그저께인데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야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나도 어느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한국뉴스를 볼 일이 별로 없지만 스레드를 보면서 알게 된 짤막한 글..
특수학교 하나 지어달라는 것 뿐인데
언제까지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호소하며 주변 사람에게 모진 말까지 들으면서 학교를 세워야 하나...
아! 세워지면 그나마 다행인건가...
부채의식이 느껴진다.
나도 저 자리에서 함께 호소했어야 했는데 미안했다. 나의 아이가 다닐 학교이기도 한 특수학교...
특수학교 충분한가? 아니잖아 !!!
예전 내 글들 중에 장애전담어린이집으로 아이를 옮기게 된 여정의 글을 본다면 짐작하겠지만 장애전담어린이집도 없는 도시가 한무더기인데 특수학교도 당연히 너무너무 부족하다.
난 한국에 살았을 때 내 옵션에 특수학교는 없었다. 왜냐하면.. 어차피 입학이 안될걸 알았기 때문에...
장애아동이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 있는 특수학교에 갈 수 있는건 굉장한 행운이다.
특수학교 수도 적을 뿐더러, 전교생 수 또한 적다.
대개는 100명 안팎의 전교생을 가진 학교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게 보통 유치원~고등학교 과정까지에 있는 특수학교라 12학년 또는 14학년의 아이들 모두 통합해서 전교생 100여명이니 얼마나 경쟁률이 치열할 것인가..
게다가 정상 발달 아이들이 때되면 입학통지서가 나오고 자연스레 중고등학교로 진학을 할 때 장애아동들은 그들의 리그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특수교육대상자에 선정되기 위해 각종 서류및 절차를 시작한다.
빠르면 5~6월에, 늦어도 7~8월에는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해야만 다음해에 갈 자리가 생긴다.
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독일로 오게 될지도 몰랐던 당시 특수교육대상자에 선정되기 위해 6월에 특수교육청에 신청을 하고 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엔 아이들이 많아서 바로 2블럭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전교생이 이미 1000명이 넘은 상태인데 개설된 특수반은 1반이었다. 특수반은 한 반당 3~4명이 수용가능하다.
1000명이 넘게 다니는 학교에서 우리 아이같은 장애아동은 3명밖에 수용이 안된단다.
게다가 모든 학교가 특수반이 있는 것도 아니다.
특수반이 있는 학교 1,2,3지망을 써야 했다.
2지망부터는 내가 차로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할 거리이다.
3지망은 24km떨어진 거리에 있는 학교고 셔틀버스는 없다 했다. 교통비 지원이 된다고 들었다. 물론 100%는 아니고 한도액이 있었다. 십몇만원이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당연한 환경인걸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독일로 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네에 특수학교가 3개?!
도시가 아니라 동네... 한국으로 따지면 대구 수성구에 특수학교가 3개 이런느낌?!
구글로 검색을 했을때 놀랐던 건 우리집 기준으로 20km안으로 특수학교가 3개가 있는 거였다. 한 학교가 제일 큰 규모였고 여긴 지체장애+정신적문제(자폐성장애, 지적장애)를 다루는 곳이었고, 지금 제이든이 다니는 학교는 정신적장애(자폐,지적)를 다루는 학교이다. 나머지 한 곳은 한창 지금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경계성 지능장애, ADHD같이 학습부진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다. 와,, 진짜 세밀하게 학교가 있구나.
독일에선 어느 곳이나 접근성이 좋은 거리에 특수학교가 정말 곳곳에 있다고 했다.
여기도 특수학교에 가기 위해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하고 티오가 안나면 제이든처럼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버텨야 하는 기간이 있었지만 한국과 다른점이 있다면 어떻게든 결국엔 특수학교를 갈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가장 다른 점 하나
특수학교는 당연히 어느 곳에나 있어야 한다는 인식
집값 떨어진다고 하는 여론도 없고, 오히려 장애아이라고 했을 때 그렇게 차가운 독일인들이 ㅋ 어린이 앞에서 아주 쉽게 무장해제가 되고 특히나 장애아동앞에서는 완전 무장해제되는 경험을 해보고 나서는 아주 복잡한 감정들이 쓸려왔다.
나 여지껏 열악한 환경에서 내 아이와 있었던 거였구나...
많은 장애아동부모들이 여건이 되면 한국을 떠난다.
나 역시도 여기에 해당이 되는건가 싶은데, 남편의 이직이 아니었다면 나도 한국에서 여전히 고분군투하면서 있었을 것 같다.
우리들만의 커뮤니티에서 나름 앨리트 인력인 부모들이 한국의 특수교육에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외국으로 떠나는 글들을 많이 접했다. 겉으론 외국에 가서 좋아요! 너무 만족해요!! 글만 보이겠지만 그 과정을 고스란히 남겨놓은 글에는 전혀 모습들도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고국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절망감, 원망, 분노, 아이를 위해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맨땅에 해딩하면서 시작하는 불안한 마음, 부모 기준으로 나의 사랑하는 다른 가족들을 남기고 새 터전으로 억지로 옮겨가야 하는 착찹한 심정들...
장미빛 미래를 위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아이랑 살기 위해 억지로 떠밀려서 떠나는 느낌
실제 독일로 와서 정착을 이미 끝낸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쩌다 독일로 떨어져 잔뜩 움츠려져 있는 나에게 한결같이 해주던 말이 있다. 잘 왔다고...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아이때문에라도 여기서 정착도 생각하게 될거라고...
이게 다행이면서도 뭔가... 되게 착찹한 ..
아직도 많은 감정들이 쏟아지고 있다.
먼 곳에 서있지만 이분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제발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잘 세워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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