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염색체 미세결실 증후군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나 치면 대략의 정보와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예후라던가 치료경과 등의 리얼한 이야기는 많지가 않았다. 내 둘째아이 제이든의 주 진단명이기도 한 "16번염색체 미세결실 증후군"에 대해 나와 내 아이의 경험담을 나누고자 한다.
두번째 시험관 시술 // 냉동배아로 있다가 내게 온 둘째
제이든은 두번째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아이다. 난 시험관 시술케이스 중에서 난임부부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첫 시도에 모두다 성공한 케이스였다. 한번의 시험관 시술로 3일 배양한 수정란이 나에게 이식되었다. 그리고 알렉산더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나머지 수정란 6개는 냉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내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교수님께서 최대한 임신과 출산을 종결하는게 나을 것 같다라는 의견에 첫아이 출산후 몇개월 뒤 바로 두번째 시험관 시술을 했다. 제이든은 냉동보관한 수정란 중 하나였다. 성공적으로 이식했고 잘 자랐다. 임신 12주경... 자궁경부가 짧아 맥도날드 수술을 받았다. (맥도날드 수술: 자궁경부를 묶어서 아이가 흘러 유산되지 않도록 하는 수술정도로 알면 될 것 같다.) 제이든이 알렉산더처럼 잘 자랄 줄 알았다...
임신 16주 // 맥도날드 수술을 다시 받다. 집중치료실에서 입원생활 시작
그날은... 새벽부터 이상하게 배가 뭉치고 아팠다. 첫애 분만할때 무통주사를 맞고 분만을 해서 진통할때 자궁이 수축되는 걸 느꼈다. (대부분의 산모는 잘 못느낀다고 한다. ^^a;;) 아직 임신중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분만시 느꼈던 수축이 다시 느껴졌던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천안순천향병원에 전화를 했고 징징대는 큰애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초음파를 본 순간 바로 알았다. 자궁경부가 다 열려버린걸... 이게 내 눈에도 보였다.
처음엔 제이든이 뱃속에서 죽은 줄 알았다. 움직임이 없었다. 쪼맨한 아기가 탯줄에 연결된 채 저 끝에서 웅크리고 있더라. 마치 떨어지면 죽는다는 걸 아는 것처럼 절벽에 로프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정말로 그렇게 보였다...
급하게 분만실 옆 집중치료실로 옮겨지고 맥도날드 수술을 다시 받았다. 한번 맥도널드 수술이 성공을 하면 풀릴 일은 거의 없다. 교수님도 당황하셨지만 나 역시도 당황한건 마찬가지... 그 이후로 한달넘게 기저귀로 대소변을 봤다. 진통이 유발될까봐 소변줄도 꽂지 못한다고 하셨다. 밥도 누워서 먹고 씻는건 거의 하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진통은 잦아들었지만 일주일내내 내 배 모니터링에서는 자궁수축이 계속 잡혔다. 혈압이 높아지면 안되서 Adalat라는 혈압약도 먹어서 내 수축기 혈압은 언제나 80~90mmHg였다. (일반인은 100~140mmHg정도 유지가 된다.)
그래도 버티고 버텨서 한달을 누웠고, 큰아이 돌잔치때 한달만에 일어나 땅을 딛어봤다. 이미 발등이 굽어져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행히 큰아이 돌잔치는 내가 치뤄졌다.
퇴원후 친정집에서 1일1고기식을 하며 버텼고 임신 8개월때부터는 걸어다녔다. 친정은 사랑이다. ㅠㅠ
나중에 알게 된 사실 : 16번염색체 이상 태아는 대부분 태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아주 긴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지만 사산되는 대부분의 아이가 이 16번 염색체 문제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은 임신 중기를 못 넘기고 사산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제이든은 세상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첫 아이와는 달랐던 둘째아이 분만
입원당시 조산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2번째 맥도날드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진통이 멈추지 않으면 결국엔 그냥 분만을 해야한다고 하였다. 그 당시 제이든은 100g이었다. (요즘 멸균우유도 200ml인데.. 참 작았다,,,ㅎㅎ)
그렇게나 작았다. 천안순천향에 있을 적에 교수님께서는 500g만 넘기면 아기가 생존할 수 있다고, 그때까지만 뱃속에서 잘 키워보자 하셨다. 양수과소증이 있었지만 다행히 38주를 버티고 유도분만이 결정되었다.
큰아이 분만때와는 달리 무통주사를 쓰지 않을 거라고 했다. 자궁경부목무력증을 가진 나는 오히려 급속분만이 우려된다고 하였다. (1시간 이내에 분만을 해버리는 급속분만시 산모가 위험해 질 수 있다.) 무통없는 분만은...
진짜 최최최최최최최악의 고통을 주었다. ㅋㅋㅋㅋ트럭이 내 배를 몇번이나 깔고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정말 힘들게 힘들게 분만이 진행되었다. 급속분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5시간 30분을 진통을 겪고 아이가 태어났지만...
기절 직전의 나는 두명의 의료진이 배 위에 올라타면서 겨우 아이를 밀어냈다. 아이가 울지 않았다.
2초간의 정적.. 큰애는 으앙~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 울던 큰 아이를 내 가슴팍에 안겨주기도 하셨었는데... 제이든이 울지를 않았다. 간호사 한분이 "어!" 하면서 아이를 어디론가 급하게 들고 나갔다. 아이를 안아보지 못하고 분만실에서 후처치를 받을 즈음에 다시 간호사쌤이 오면서 아이 괜찮다고, 오래 끼어있어서 멍도 좀 들고 혈종도 보이지만 괜찮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제이든을 만났다.
2박3일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아, 내가 임신때 좀 힘들었었지"하는 정도의 헤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 가지는 못했다....
다음 편에 제이든 실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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